어느 해 인가 부산에 있는 모 교회에서 선교세미나가 있어서 참석을 했는데 마침교수님께서 강사로 오셔서 강의를 해 주셨다. 그 날 나는 크게 세 번 감동을 했다. 첫째는 강의시간에 학생처럼 교수님께서 겸손히 물으셨다.“이슬람과 무슬림이 어떻게 다릅니까?”누군가가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을 무슬림이라고 한다고 말씀 드리자 당신은 그게 자꾸 혼동이 된다는 말씀을 하셨다. 참으로 솔직하고 겸손하신 성품을 지니셨던 분이다. 강의가 끝나자 준비해 오신 영양찰떡을 나누어 주시면서, 선교지에서 정말로 수고들 많았다고 하시면서 어느 나라에서 어떤 일을 하느냐고 물으시며 일일이 칭찬과 격려를 해 주셨다. 내 얼굴을 알아 보시고 참으로 반갑다고 하시며 떡을 하나 더 가지라고 하셨다. 그 말씀에는 지나가는 인사말이 아니라 은사님의 사랑과 진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모든 순서를 마치고, 서울로 가시는 교통편을 여쭤어 보자 손수 승용차를 운전해서 가신다고 하셨다. 오래된 낡은 자동차였다. 그 먼 길을 혼자서 가시는 것이 걱정스러웠다. 집행부에서 작별인사를 드리며 강사료가 든 봉투를 건네 드리자 교수님은 끝내 강사료를 받지 않고 홀연히 떠나셨다. 참으로 감동스럽고 크게 도전이 되었던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다.

약 4년 전이라고 기억된다. 수서역 부근에 있는 사무실로 목사님을 찾아 뵈었다. 대화를 나누시다말고 넥타이를 챙기셨다.“이제 나는 넥타이가 많이 필요가 없어요. 제일 먼저 주는거니까 맘에 드는 것으로 세 개를 고르라”고 하셨다. 이 글을 쓰면서 그 때 받은 넥타이를 꺼내어 바라보니 가슴이 뭉클하고 감회가 새롭다. 가끔 찾아뵐 때 오메가3 같은, 호주에서 생산된 건강보조식품을 드리면 “난 이런 거 안 먹어도 건강해요” 하시며 언제나 사양하셨다. 그러시면서 언제나 작별인사를 할 때는 간절하고도 간곡한 기도를 해주셔서 눈물을 훔치며 자리를 물러날 때가 태반이었다. 뿐만 아니라 작별할 때는 꼭꼭 여비를 챙겨 주셨다. 받지 않으려고 사양해도 막무가내셨다. 때로는 어려운 곳에 가서 선교를 한다고 하시며 다른 사람보다 두 배를 챙겨주셨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은사님께 사랑받는 것이 어린애처럼 기쁘고 행복했다. 한번은 점심식사시간이 되어 식사를 하자고 하시며 우리집으로 가자고 하셔서, 거주하고 계신 자택이 사무실에서 퍽 가까운 곳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무실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있는 식당의 이름이 ‘우리집’이었다. 점심식사메뉴는 언제나 된장찌개였고 식사후에는 어김없이 아이스크림 파는 가게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사주셨다. 한국에 가면 은사님을 회고하면서 혼자라도 다시 그 식당에 가보고싶다.

언젠가 평양을 다녀오면서 평양 칠골교회가 간판이 낡아서 교체를 원한다는 말씀을 전해 드리자 주저하지 않으시고 “그거 얼마면 됩니까? 내가 맡아서 하지 뭐” 하시며 제작비를 챙겨 주셨다. 훗날 평양에서 받은 영수증을 갖다드리자 개의치 않으셨다는 뜻으로 “뭐 영수증……?, 하나님께 드린 것인데…”하셨다. 한번은 일터에서 큰 돈이 필요하게 되어 고민 고민하다가 말씀을 드리자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준비해 볼 게” 하셨다. 훗날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거금은, 전국에 있는 열 개가 넘는 교회에 일일이 부탁하셔서 만든 후원금이었다. 그러나 꽤 많은 액수를 당신께서 보태어 내어 놓으신 것은 말 할 것도 없다.

은사님을 마지막으로 뵌 것은 석 달 전, 2023년 11월 16일 목요일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언제 호주로 출국하느냐고 물으셔서 돌아오는 주일에 출국한다고 말씀을 드리자. 깜짝 놀라시면서 “주일에 출국을… ?” 그래서 주일예배를 드리고 밤에 출국합니다 하고 다시 말씀을 드리자 안심이 되시는지 표정이 밝아지셨다. 우리가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목사님은 한평생 주일성수를 강조하셨다. 예전에는 국가에서 실시하는 시험이란 시험은 몽땅 주일에 치루었다. 하지만 목사님이 여러 차례 정부에 건의를 한 결과 시험날짜가 주일에서 평일로 바뀌었다고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목사님께서는 성경말씀을 있는 그대로 말씀하는 것을 좋아하셨다. 그 구체적인 예가‘소금과 빛’이라는 말이다. 만약 목사님 앞에서‘빛과 소금’이라고 하면 즉시’소금과 빛’라고 바로 잡아 주셨다. 그만큼 목사님께서는 성경말씀을 있는 그대로 말씀하시기를 좋아하셨다.  

단언하건데 통일이 되었더라면, 목사님께서는 서울에서 당신의 자동차로 손수 운전을 하시며 평양을 거쳐 신의주까지 올라가셨을 것이다. 그 은사님을 회고하며 이제는 서울에서가 아닌 하늘나라에서 만나 뵐 날을 소망 하면서, 시련이 겹쌓여와도 내가 맡은 사명을 끝까지 잘 감당해야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해 본다.

 2024년 2월 22일, 호주에서 제자 한돌(합신 5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