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의미" 고난으로 풍성한 김명혁 목사님의 삶을 돌아보며 신학교 때 은사였고, 여러 해에 걸쳐 지금도 일 년에 한두 차례 암미를 방문해 설교를 해주시는 김명혁 목사님이 특별한 책을 출간하셨다. 책 제목은 “김명혁 목사님에게 어린이들이 보낸 사랑의 편지”이다. 책 제목이 말해주듯이 김 목사님의 각별한 어린이 사랑이 일구어낸 책이다. 이 책에 얽힌 사연이 있다. 지난해 암미에 오셨을 때, 총신 동문인 이영희 전도사가 왔다가 목사님의 각별한 어린이사랑을 관찰한 것이다. 목사님이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에게 스티커를 나누어주는 것을 보고 “아이들이 스티커를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아세요?”라고 물었고, 목사님은 “내가 얼마나 많은 아이들과 편지를 주고받았는데...”라고 하시며 즉시 가방에서 몇 개의 편지를 꺼내 보여주시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사무실에는 이런 편지들이 박스로 있다고 하셨다. 영아부 전문사역자로서 이영희 전도사는 목사님 사무실을 몇 차례 방문하면서 그동안 많은 어린이들과 나눈 편지들을 수집해 결국 책으로 펴내는 귀한 수고를 감당했다. 그 과정에 어려운 일도 있었다. 목사님은 편지가 혹 분실될까 원본은 내줄 수 없다고 하여 일일이 그 많은 편지들을 사진으로 찍어서 다시 타이핑을 하는 수고를 해야 했다. 또 분량이 너무 많으니 조절을 좀 하자고 제의하자 아주 짧은 글이라도 다 실어야 한다고 주장하셔서 원하는 대로 해드리게 되었다. 그 후 책 완본을 한권 먼저 드리니까 아주 흐뭇해하시며 책 헌금도 하셨다. 지난 월요일 목사님이 오랜 세월 시무하셨던 강변교회에서 출간 기념 감사예배가 있어 참석했다. 감사예배 시간이 오후 2시라 예상했던 대로 사람들이 많이 나오지 못했고, 여성 찬양 팀과 나이가 있는 중, 장년 여성 성도들뿐이었다. 예배 마지막에 목사님의 인사 시간에 자신이 어린이를 사랑하게 된 배경은 어렸을 때 부모님과 주일학교 교사들에게 받은 사랑이 너무 컸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엄마는 밑으로 동생들 셋이 있었어도 특히 자신을 많이 사랑하셔서 “나는 네가 없으면 못살아!”라고 하셨다고 한다. 예배 후에 강변교회 여성도들이 각기 책을 한 권씩 사들고 줄을 서서 목사님의 싸인을 받고 있었다. 50여명에게 일일이 싸인을 해주시며 나중에는 더러 사진도 함께 찍어주셨다. 그동안 출간된 모든 책들도 다 전시해 놓았는데 수십 권이나 되었다. 김명혁 목사님하면 열한 살 때 신앙의 자유를 찾아 심지어 부모도 뒤로 한 채 남하한 그 특별한 간증이 회자된다. 그러나 그분에게는 그에 못지않은 특별한 간증이 또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네 살짜리 아들을 먼저 천국으로 보낸 것이다. 그 아픔이 얼마나 컸으랴! 그런데 그 고난을 너무나도 성숙하게 승화시켜 국내외 수많은 어린이들을 품었고, 신학교에서는 아들의 이름을 딴 ‘철원 장학금’을 만들어 지금까지 수십 년간 많은 후학들을 키워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항상 나중에 커서 목사가 되겠다고 말하곤 했다는 아들(철원)을 대신해 신학교 교수 시절 강도사 인허를 받고 목사가 되어 강변교회를 개척, 28년 동안 목회에 전념하셨다. 개척하고 10년 동안은 아예 사례비를 받지 않고, 오히려 신학교 교수로서 모든 수입을 헌금으로 했다니 얼마나 감동적인지 모르겠다. 87세의 고령임에도 지금도 장거리 운전, 심지어 멀리 전남 광주나 경북 포항까지도 손수 운전을 하시며 제자들 교회를 방문하고 있는 것을 보노라면 그분의 교회 사랑과 선교의 열정은 도무지 식을 줄을 모른다. 구제에도 힘써 가난한 구룡마을 할머니들에게 매달 방문하여 3만원씩 나눠주신다고 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계적인 경제침체로 인해 다들 고생을 하고 있다. 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한 조사에 의하면, 팬데믹 기간에 미국 목회자들 72%가 목회를 그만 둘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오늘(‘23.4.25) CTS 기독교방송 콜링 갓(Calling God) 프로그램을 시청하다가 내 귀를 의심케 하는 일이 있었다. 콜링 갓은 치유를 위해 직접 전화로 기도요청을 하는 시간인데 어느 목사가 “믿음이 많이 떨어졌다”며 기도부탁을 하는 것이 아닌가? 어려운 환경이 힘들었겠지만, 목사가 어떻게 공개적으로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을까? 그 전화를 받은 콜링 갓 담당 목사의 말도 놀라웠다. “목사님을 목사로 만드시기까지 하나님께서 많은 연단을 하셨을 텐데 힘을 내셔야지요. 저는 교회건축을 하다가 장로에게 사기까지 당한 적이 있어요. 너무 힘들어서 ‘순교한다’ 생각하고 생을 마감하려고 산으로 올라갔는데 하나님이 에스겔 16장 6절 말씀을 주시더라고요. 피투성이가 되더라도 살라는 말씀이었어요.” 다윗을 포함해 성경의 위대한 인물들에게는 고난이 많았다. 그러나 고난은 구원의 하나님을 만날 좋은 기회이며(시34:19) 정금같이 믿음을 연단 받는 코스이다(욥23:10). 믿음이 있다고 해도 죄성을 가진 우리 인간에게는 고난을 당할 때에야 비로소 육신과 안목의 정욕에서 돌이켜 영원한 나라를 소망하게 된다. 그래서 고난은 치료약이기도 하다. 이런 고난의 의미를 잘 모르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믿음의 자리에서 멀어진 이들이 너무 많아 안타깝다. 삶의 혹독한 고난을 믿음으로 귀하게 승화시킨 김명혁 목사님의 삶이 그래서 더욱 귀해 보이는 순간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