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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제자 고현권 목사에게,
우선 웨스트민스터 신학교 박사과정에 입학이 허락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역사 참여나 전도나 목회 실천보다는 교리적 변증에 치우친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공부하게 되었으니 정신차리고 공부하기 바랍니다. 역사 참여나 전도나 목회 실천이 없는 신학은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성령의 사역에 대한 소극적인 해석과 입장도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의 장점도 있으니 좋은 것은 배우고 부족한 것은 능가하기를 바랍니다. 이와같은 부정적 평가는 김의환 박사의 평가이기도 합니다. 하여튼 축하하고 하나님의 도우심이 항상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한국교회에 빚을 값고 한국교회에 봉사하기 위해서 공부한다는 생각을 항상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참고로 "CCC 편지" 4월호에 실릴 나의 글을 여기 동봉합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00년 3월 5일 김명혁 목사
"역사의 주역으로 살아 온 한 선배의 고백과 제언" CCC 편지(2000. 4)
김명혁 목사 (강변교회 담임)
나는 하나님의 은혜와 부친의 영향과 대학교와 신학교에서 역사를 전공한 탓으로 한 평생을 역사 의식을 가지고 역사 현장에 연대하면서 살아왔다고 하겠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나에게 역사를 전공할 것을 권고한 한경직 목사님에게 항상 감사를 드린다. 나는 어느 후배나 제자가 무엇을 전공하면 좋겠냐고 물을 때 서슴없이 대답한다. 역사를 전공하라고. 역사 현장에 연대하거나 참여하지 않는 지식은 공허한 사색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신학지식은 더욱 더 그렇다. 기독교의 하나님은 역사 현장에 들어오셔서 활동하신 역사적인 신이시고 기독교의 예수님은 역사 현장에 들어오셔서 사시고 활동하시고 죽으신 역사적인 신이시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의 젊은 세대들이 보다 적극적이고 보다 구체적인 역사 의식을 가지고 역사 현장에 연대하고 참여하는 삶을 살게 되기를 바란다. 역사를 만들어 가는 주역으로 살게 되기를 바란다. 하나님의 나라는 종말론적으로 내세에서 완성되지만 지금 여기서 분명히 실현되어 가고 있다. 이것이 어거스틴과 칼빈과 요나단 에드워즈의 가르침이다.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유교적 순환사관을 너머서는 기독교적 발전적 역사관이다. 비록 이 세상에서는 하나님의 나라가 완성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말론적 완성의 오메가 포인트를 바라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역사 현장에 참여하는 문화 변혁적 역사관이 필요하다. 여기 나의 부족한 역사 참여의 이야기들을 적어 본다.
나는 만 11살 때 공산주의 통치의 북한을 떠나 신앙의 자유를 얻기 위해 단신으로 38선을 넘어 남쪽으로 내려왔다. 만약 그 때 내가 역사 의식 없이 북한 환경에 순응하며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면 나의 인생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나는 대학생 시절 서울 대학교 문리대생 친구들 몇 명과 함께 4.19의 밤을 밝히는 "새 생활 운동"을 일으켰다. 1960년 4.19가 일어나던 때 한국의 사회는 무질서와 혼란에 쌓여 있었다.
1960년 초 여름 서울 문리대 캠퍼스 안에서 우리는 혼란한 정치와 사회를 바로 잡자는 하나의 정신적이고 윤리적인 사회변혁 운동을 일으킨 것이었다. 서울 문리대 학생 수백 명이 방학이 시작되던 6월부터 한달 동안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다방과 공원과 시장과 극장와 댄스홀과 요정과 국회 등을 찾아 다니며 "새 생활 운동"을 펴 나아갔다. 밀수품 양담배와 커피를 사용하지 말자고 호소했고 수거된 양담배를 광화문 네거리에 쌓아 놓고 애국가를 부르며 불태우기도 했다. 밤마다 댄스 홀을 찾아가 그 곳에서 춤추는 고관들과 유부녀들을 향해 춤추기를 자제할 것을 호소하면서 춤추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시청 앞에 전시한 일도 있었다. 국회의원들이 군용 짚차를 빼내어 불법으로 "가" 넘버를 달고 다니던 차량 수십 여대를 국회 의사당 앞에서 탈취하여 시청 앞 광장에 집결시키고 불법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모두 불태우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나는 총신대 교수시절 박정희 정권 때 일요일 학도병 군사 훈련 등 일요일 국가 행사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다가 남산 중앙정보부에 붙잡혀 가서 밤새 심문을 받기도 했다. 나는 그 후에도 한국복음주의협의회를 중심으로 일요일 국가 행사 반대 운동을 계속해서 펴 나가고 있다.
나는 지난 20여년 동안 한국복음주의협의회를 중심으로 교계적 문제와 함께 정치 문화 사회적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며 70여 종류의 성명서를 발표한 일이 있다. 전두환 정권 때는 "현 시국에 대한 복음주의자들의 입장"을 발표했고 김영삼 정권 때는 "김영삼 대통령께 주일 성수를 촉구하는 성명서"와 "안기부법 개정['고무, 찬양, 불고지죄, 대공수사권'의 부활]을 반대하며"를 발표하기도 했다.
나는 합신대 교수 시절 민족의 화해와 북한동포 돕기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다가 법무부로부터 출국금지를 당하기도 했다. 하나님께서 특별 은총의 영역뿐 아니라 일반 은총의 영역에서도 일하고 계심을 믿으며 나는 3.1 운동의 전통에 따라 다른 종교의 지도자들과 함께 북한동포 돕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나는 미국 유학생활에서 돌아 온 후 신학교에서 가르치는 지적 활동에 종사하는 한 편 역사현장에 참여하는 목회 활동도 겸해서 수행해 오고 있다. 나는 강변교회의 둘째 목표를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교회"로 정하고 지역사회 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매년 두 번 "사랑의 음악회"를 개최하고 구청이 추천하는 40여명의 불우한 구민들에게 사랑과 격려의 손길을 펴는데 우리는 사랑의 음악회를 통해 피차 가슴 뭉클한 진한 감동을 주고 받는다.
나는 개 교회를 담임하여 목회하면서도 하나님의 나라가 실현되어 가고 있는 세계 교회들과 선교현장을 찾아 다니며 피차 위로와 격려를 주고 받는 일을 계속해 오고 있다. 일본교회와의 화해와 협력 증진을 위해 노력해 왔고 미국의 흑인 청소년들을 초청하여 화해와 협력을 증진했으며 환난 중에서 나오는 살아 있는 로마니아 교회와의 깊은 우호관계도 형성했고 중국의 조선족 교회와 북한을 방문하여 그들과의 우호와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나는 오늘의 젊은이들이 보다 적극적이고 보다 구체적인 역사 의식을 가지고 역사 현장에 연대하고 참여하는 삶을 살게 되기를 바란다. 1960년대에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새 생활 운동"과 같은 역사 참여 운동이 다시 한번 새로운 형태로 일어나기를 바란다. 좀 과격한 형태의 사회 정화 운동이 일어나는 것도 바람직하다. 오늘의 사회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부도덕과 포악함과 퇴폐가 만연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불우한 이웃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사회와 나라를 살리는 운동이 오늘의 젊은들 가운데서 일어나기를 바란다.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고 환경을 깨끗하게 만들며 지구의 고난 당하는 이웃들과 연대하는 역사참여의 운동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역사 참여적 삶은 멋지고 신나는 삶이다. 이것은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라는 그리스도의 선교명령에 순복하는 일이며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을 실천하며 살라는 하나님의 문화명령을 따르는 길이다. "땅을 정복하라 다스리라 지키라"(창1:28,2:15).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행1: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