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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교회의 전망" 기독교 신문(2004.1.)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담임,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부끄러운 오늘의 현실
오늘의 한국교회는 그 외향적이고 물량적인 모습이 크게 성장했는지는 모르지만 그 내면적이고 영적인 모습은 가련할 정도로 피폐해졌다. 한국사회는 물론 한국교회는 돈과 명예와 정욕에 사로잡히는 부끄럽고 추한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극심한 양극화의 갈등까지 드러내고 있다. 지난 12월 11일 한기총이 발표한 「한국교회 지도자의 밤 선언문」은 오늘의 현실을 “불미스런 일들이 부각되면서 세상으로부터 질타 받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묘사했다. 설교자는 “교회가 타락하고 부패하여 기초와 터전이 흔들리게 되었다”고 지적했고 축사자는 “어느 한곳 성한 데가 없는 황무한 땅”이 되었다고 개탄하며 한국교회가 정치계를 선교의 대상으로 삼아달라고 호소했다.
우리의 선조들이 물려준 소박하고 진실하고 헌신적인 교회의 모습과 위상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은 멀게만 보인다. 오늘 한국교회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아니 필자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때, 그 회복의 가능성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물론 지금이라도 우리가 모든 것을 버리고 항복하는 진정한 회개를 실행할 수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우리가 양극화된 분열과 갈등과 증오의 벽을 조금씩 무너뜨릴 수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우리가 이웃을 향한 사랑과 도움의 손길을 조금씩 펼 수만 있다면, 그 회복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그것이 요원하게만 보인다. 이와 같은 어두운 현실의 진단을 바탕으로 2004년도 한국교회의 전망을 그려본다.
첫째 한국교회는 목회자 윤리 자정의 문제로 고심하게 될 것이다.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이 어떻게 하면 돈과 명예와 정욕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마 이것이 한국교회가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불미스런 일들”이 여기 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한기총이 10년 전인 1994년 10월 28일 “정직, 절제, 사랑 실천운동”이라는 윤리 강령을 발표한 일이 있었지만 하나의 구호에 그쳤고 실효를 별로 거두지 못했다. 그래서 최근에는 각 교단마다 윤리강령을 만들어 교단 소속 목회자들의 윤리적 삶을 자정하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윤리적 삶은 법이나 제도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고 삶의 모델과 감화로 이루어지지만 자정 즉 치리의 장치를 만드는 것이 약간의 도움은 될 것이다. 그 자정 장치의 효력이 개 교단에만 미쳐서는 안되고 범 교단에 미치도록 협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윤리적 삶의 실현은 역시 한경직 목사나 장기려 장로와 같은 윤리적 삶의 권위와 감화를 지닌 모델들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우리는 윤리적 삶의 권위와 감화를 지닌 모델 열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원할 뿐이다.
둘째 한국교회는 성장정체의 타개와 정체성 확립의 문제로 고심하게 될 것이다.
한국교회가 다시 갱신과 부흥과 성장을 이룰 수는 없을까? 교회 본연의 모습을 되 찾을 수는 없을까? 이것이 한국교회가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결국 이기적이고 경쟁적인 자기성장에 주력할 것이다. 모두 자기의 주특기를 발휘하여 개 교회 성장에 열을 올릴 것이다. 필자는 최근 어느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교회 성장의 유형 세 가지를 지적한 일이 있다. 그것은 스타 위주의 대교회주의적 성장이고 전문성 개발위주의 기업 확장적 성장이며 경쟁과 쟁탈위주의 수평 이동적 성장이다. 최근에는 특별 새벽기도회를 통한 교회 성장이 강조되고 있다. 중소교회 목회자들은 성장을 위한 모방 사역에 진력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바람직한 교회성장의 모습 세 가지를 제시했다. 그것은 교회다운 교회로서의 부흥과 성장이고 지역 사회로부터 존경과 칭찬을 받는 교회로서의 부흥과 성장이며 연합과 협력을 추구하고 격려하는 화해자로서의 교회의 부흥과 성장이다. 물론 바람직한 교회의 갱신과 부흥과 성장은 인위적인 방법과 노력으로만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운 역사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하나님께 붙잡히고 사용되는 하나님의 사람들의 헌신과 제물 됨으로 이루어 지는 것이다. 바람직한 교회의 갱신과 부흥과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원할 뿐이다.
셋째 한국교회는 양대 연합기구의 통합 문제로 고심하게 될 것이다.
한국교회의 양대 연합기구가 통합될 수는 없을까? 한국교회의 양극화의 갈등과 대결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이것이 한국교회가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양대 연합기구의 통합을 위한 많은 노력이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다. 한 지붕 아래서 두 살림을 하다가 조만간 한 살림을 하자는 그림도 그렸다. 그러나 자리에 대한 집착과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 된 자기 전통과 이념에 대한 아집 때문에 그 통합이 쉽게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다. 양극화의 갈등과 대결도 쉽게 극복될 것 같지는 않다. 모두 자기만이 옳다고 하는 확신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사실 보수에도 일리가 있고 진보에도 일리가 있는데 그것을 서로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가운데 이루는 조화와 통일이 성경과 자유민주주의가 가르치는 연합과 일치의 그림인데 우리는 그 그림과는 너무 거리가 먼것 같다. 십자가의 정신과 성령의 역사로 기구의 통합과 양극화의 극복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할 뿐이다.
넷째 한국교회는 한반도의 평화 정착의 문제로 고심하게 될 것이다.
한반도 안에 평화가 정착되고 통일을 이룰 수는 없을까? 이것이 한국교회와 민족과 나라가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다. 문제는 평화 정착과 통일 성취의 방법에 대한 입장 차이이다. 보수계의 입장은 타도와 정복에 의한 평화 정착과 통일이고 진보계는 화해와 포용에 의한 평화 정착과 통일 성취이다. 이것은 한반도 뿐 아닌 세계 평화 정착에 대한 입장의 차이이기도 하다. 물론 지상에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평화도 통일도 성취될 수는 없다. 그러나 평화의 왕으로 그리고 하나되게 하기 위해서 오신 주님을 믿고 섬기는 자들이라면 십자가의 희생과 용서와 사랑의 정신으로 한반도와 세계에 평화와 통일을 이루는 일에 힘을 합해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공산당의 박해와 육이오의 피해를 입은 제1 세대들은 대개 보수적인 입장을 지니고 있다. 필자는 두 가지 경험을 (부친의 순교와 필자의 탈북) 지닌, 제 1 세대에 속한, 철저한 보수적인 입장을 지녔던 사람이다. 그러나 지금은 화해와 포용에 의한 평화 정착과 통일 성취를 지향하는 입장을 지니게 되었다. ‘평화의 도구’로 쓰임 받았던 성 프랜시스의 정신과 그 정신을 이어받았던 손양원과 한경직 목사의 정신을 이어받을 수 있기를 소원할 뿐이다.
다섯째 한국교회는 여성사역의 문제로 고심하게 될 것이다.
한국교회는 기독교정당 창당의 문제와 탈북자와 중국동포 처우의 문제와 이라크 파병 문제 등으로 고심하게 될 것이고 특히 여성사역 문제로 고심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는 지면상 관계로 여성 사역 문제만을 언급한다. 최근 모 교단 지도자의 여성 비하 발언으로 여성의 위치와 사역에 대한 문제가 교계는 물론 사회적으로 커다란 이슈로 등장했다. 이 문제는 일부 교단들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것이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여성에 대한 보다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해 왔다. 필자는 10년 전인 1994년 4월 11일 한복협 주최 제1회 여성 세미나에서 “한국교회와 여성사역”이란 주제로 발표했는데 그 내용의 일부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신약시대에 들어와서 남녀의 관계는 지배의 관계에서 평등의 관계로 바뀌어졌다. 하나님의 부르심과 사명과 은사를 받은 여성 교역자들은 남성과 마찬가지로 심방과 교육과 봉사와 전도와 선교와 상담 등의 사역뿐 아니라 설교도 할 수 있다. 하나님이 주신 은사들을 여성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하나님 나라 확장에 지장을 초래하며 하나님의 뜻에도 위배된다.” 따라서 여성에게도 강도사를 인허해야 하고 아래 강단이 아닌 위 강단에서 설교하도록 장려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른 교단이 여성 안수를 허용하는 것을 비 성경적이라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자기 교단은 아직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겸손하게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신학과 교회 정치와 제도는 절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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