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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는 길” 들소리 신문 시사논단 (2003.12.9)
김명혁 목사 (강변교회 담임,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그 동안 한국교회의 외향적이고 물량적인 모습은 크게 성장했는지 모르지만 내면적이고 영적인 모습은 가련할 정도로 피폐해졌다. 한국사회는 물론 한국교회는 돈과 명예와 정욕에 사로잡히는 부끄럽고 추한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우리의 선조들이 물려준 소박하고 진실하고 헌신적인 교회의 모습과 위상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오늘 한국교회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아니 필자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때, 그 회복의 가능성이 거의 보이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생각해 본다.
첫째, 모든 것을 버리고 항복하는 진정한 회개를 실행하는 길이다. 회개하라고 큰 소리로 외치는 그런 회개가 아니다. 부와 명예와 쾌락을 스스로 모두 배설물로 여기며 버리고 항복하는 진정한 회개의 실천이 여기 저기서 일어날 수 있다면 우리의 위상이 조금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어거스틴과 프랜시스와 한경직 목사님이 저들의 마지막 생애를 청빈과 처절한 회개로 장식한 것처럼 우리들이 지금이라도 고요히 하나님 앞에서 두 손들고 항복하며 모든 것을 버리는 청빈과 회개를 실천할 수 있다면 우리 한국교회의 위상이 조금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분열과 갈등과 증오의 벽을 무너뜨리는 길이다. 지금 우리들은 모두 너무 옳은 의인들이 되었고 상대방의 잘못을 너무 큰 소리로 정죄하는 심판자들이 되었다. 금년 3.1절은 그와 같은 분열과 갈등과 정죄의 함성을 크게 지르는 무서운 절기가 되었다. 그래서 5월 2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우리는 소위 진보와 보수 지도자들 90여명을 한 자리에 모시고 저들의 소리를 함께 들었는데 모두들 너무너무 좋아했다. 사실 진보의 소리에도 일리가 있고 보수의 소리에도 일리가 있다. 진보만 옳은 것도 아니고 보수만 옳은 것도 아니다. 서로를 조금씩 용납하고 손을 함께 잡을 수 있다면 우리의 위상이 조금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사랑과 도움의 손길을 조금씩 펴는 길이다. 지금 우리는 너무 이기적이 되었다. 개인이기주의와 집단이기주의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자기의 이익을 조금씩 양보하고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의 이익을 조금씩 이라도 추구할 수 있다면, 사랑과 도움의 손길을 우리 주변의 불행한 나그네들에게 조금씩 이라도 펼 수 있다면 우리의 모습과 위상이 조금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추방위기에 처한 갈 곳 없는 조선족 중국동포 2400여명이 교회들을 찾아 도피처를 요청한 일이 있었다. 8교회는 저들을 따뜻하게 맞아주었는데 저들이 교회에 머무는 두 주간 동안 저들의 두려움과 증오의 마음이 평안과 감사의 마음으로 바뀌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단식 농성을 풀고 돌아가면서 글로써 표현한 감사의 마음을 여기 옮겨본다.
“나는 이 교회에서 이땅에서 처음으로 진심어린 동포애와 인간의 따스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따뜻한 점심식사 포근한 잠자리 관심어린 인사의 말씀 너무도 고맙습니다. 나는 6년 전 아버지의 고향 나의 조국 대한민국을 희망과 벅찬 가슴으로 찾아왔습니다. 내가 말을 겨우 배울 때부터 아버지께서는 너희들만은 고향을 꼭 찾아야 한다 시며 아침이면 족 무릎에 앉혀놓고 배워준 고향의 주소를 외워야 했습니다… 11. 29 박재환” “고국에 대한 실망과 증오, 미움의 감정을 억제할 수 없어 저는 조상의 머리가 묻힌 고향에서 살 천부적 권리가 있다고 단식농성에 참가하였습니다. 한국정부의 단속에 강제 추방당할 위기에 처해 있는 5천여 명의 중국 동포들을 뜨겁게 맞아주신 것은 강변교회를 비롯한 7교회의 목사님과 성도들의 따뜻한 사랑의 손길이었습니다. 저는 강변교회로 와서 처음으로 가족과 같은 따스함과 부모님과 같은 평안한 사랑을 가슴 뜨겁게 느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저를 사랑으로 받아 주셨고 저의 얼어붙은 가슴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녹여주었으며 메마른 가슴에 사랑의 단비로 적셔주었습니다. 저는 강변교회에 와서 진정 하나님이 우리들의 구주라는 것을 개달았으며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11월 29일 권오금”
지금 우리들의 관심과 사랑과 격려와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우리의 ‘이웃들’이 중국과 러시아와 북한과 중동을 비롯한 세계 도처에 있다. 우리가 이제라도 진정한 버림과 회개의 길과 진정한 용납과 화해의 길과 진정한 사랑과 도움의 ‘길’을 함께 걸어갈 수만 있다면 우리 한국교회와 사회의 위상이 조금은 회복될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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