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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목사님께, 진짜 진짜 고마우신 목사님께
한가족 같은 교회, 우리 강변교회에 등록한지도 어언 2년 3개월이 지나 갔네요. 목사님, 몇번씩 곰씹어 봐도, 감사한 일들 뿐이에요. 아니, 단순히 감사하다는 말로는 부족하지요. 왜냐하면, 제 인생의 패러다임이 전환된 소중한 기간이니까요. 할렐루야.
돌이켜 보면, IMF가 시작되던 1997년 말, 1998년 초경에는 개인적으로 정말 견디기 힘든 시절이었어요. 도처를 둘러 보아도 희망이 없어 보이는 우리나라의 현실속에서 뚜렷한 목표의식을 잃고 무력감 속에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는 패잔병의 몰골, 그것이 바로 그당시 저의 모습이었으니까요. 남들이 보기에는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은 변호사였지만, 제 마음 한 구속에는 항상 채울 수 없는 허전함과 답답함, 때로는 절박함 마저 들 때가 있었거든요. 그러던 중 강변교회가 집근처(도곡동)로 이전한다는 소식을 듣고 무조건 청담동 강변교회를 찾아가게 되었는데, 벌써 2년이 지나버렸네요. 정말로 강변교회와 존경하는 목사님을 만나게 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아멘.
또하나 특별히 주님께 감사한 것은, 중등부 교사를 맡게 허락하신 사실입니다. 정말로 목사님이 입당예배 즈음한 새벽예배시간에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교회”를 강조하시지만 않았더라도, 그리고 대치중학교가 바로 강변교회 앞에 있지만 않았더라도, 저는 허태성 목사님의 권유(중등부 교사를 하라는 권유)를 받아 들이지 못했을 거예요. 왜냐하면, 제가 바로 중학교 1학년 때 주님의 교회를 떠났고, 그후 십수년을 방황하다가 다시 주님을 만났기 때문에,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 특히 중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저에게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고, 실제로 두려움이 매우 컸습니다.
그런데 목사님, 지금 생각해 보면, 저를 강변교회로 인도하신 것이나, 존경하는 목사님의 가르침을 받고 순종하게 된 것이나, 교사로 세워주신 것 모두가 정말로 주님의 놀라운 은혜와 측량할 수 없는 사랑의 결과라는 사실을 마음으로부터 고백하지 않을 수 없어요. 왜냐구요. 처음에는 너무도 냉담하게 대하는 학생들을 놓고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기도를 시작하였는데, 나중에는 주님을 부인하기까지 했던 나 같은 놈도 오래 참으심으로 구원하신 주님의 놀라운 사랑을 새삼 깨닫고 눈물, 콧물로 감사기도를 하게 되었으니까요. 교사를 하면서 저의 믿음 없음을 안타까이 여기게도 되었고, 작은 일에 충성하는 종의 자세에 대하여도 깊이 묵상해 보게 되었고, 예수 닮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생각하게
보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큰 축복이 또 어디 있겠어요.
그런 과정에서 저는 강변교회가 특별히 대치중학교 정문앞에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목사님, 물론 중등부 교사로서 평소에도 대치중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을 위해서 기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때부터는 대치중학교를 강변교회에 부쳐달라는 기도와 함께 주님께서 주님의 손으로 대치중학교를 열어달라는 보다 구체적인 기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몇 달후 주님은 놀라운 방법으로 저의 기도에 응답해 주셨습니다. 전혀 뜻밖에도 학교로부터 대치중학교 학교운영위원회 지역위원을 맡아 달라는 제의를 받게 된 것입니다. 그것이 작년 봄의 일이었습니다.
그 후 저는 매달 한번씩 대치중학교 운영위원회에 지역위원의 자격을 참석하면서 여러 교사들과도 사귀게 되고, 학생들과의 접촉도 조금씩 늘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아마도 4월경으로 기억되는데, 우연히 학교운영위원회의 석상에서 교장선생님으로부터 강당이 없어서 합창대회를 할 때마다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을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안장로님께 말씀드리게 되었고, 목사님도 흔쾌히 대치중학교의 교회본당 사용을 허락하셨다는 말씀을 전해 들었습니다.
목사님, 실제로 대치중학교 1학년, 2학년 학생들 약800명이 강변교회 본당에서 합창대회를 개최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저와 박광수 집사님(당시 중등부 부장집사)을 비롯한 저희 중등부 교사들은 너무 기뻐서 커다란 플래카드도 준비하고, 학생 숫자 만큼의 빵과 음료수도 준비하였습니다. 그후, 교장선생님은 학교운영위원회 석상에서 학부모위원들과 교사위원들에게 학교행사에 대한 경과보고를 하면서 강변교회의 배려에 대하여 감사한다는 말을
하였는데, 특히 플래카드와 간식까지 제공한 점을 특별히 거론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존경하는 목사님, 그런데 마침 오늘 또 대치중학교 교장실에서 학교 운영위원회가 개최되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교장 선생님은 이번달의 학교행사를 학부모들에게 설명하면서, 특별히 강변교회의 배려로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합창대회를 강변교회에서 개최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작년의 사건들(커다란 플래카드와 간식 제공)을 재삼 치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교운영위원회를 마치자마자 저의 사무실로 돌아와서 중등부
부장집사님(하창수 집사님)에게 전화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이번 대치중학교
합창대회날(5.25.)에는 교회 차원에서든 중등부 차원에서든 대치중학생들에게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간식제공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교회의 입장인 것 같다는 말씀을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도 대치중학교의 합창대회를 위해서 교회본당을 무상으로 빌려주는
것만으로도 강변교회가 지역사회 및 인근 학교에 대하여 충분히 배려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지역 학교인 대치중학교 학생 9명에게 장학금까지 지급하고 있는 저희 교회로서는 어찌보면 할 도리를 다하고 있다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학생의 입장에서 보자면 교회본당을 빌린 것은 학생들이 아닌 학교이고, 단지 학생들은 학교행사 때문에 처음으로 강변교회를 방문한 손님이라고 볼 수는 없을까요. 물론, 주일예배시간에 학생들이 방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더라도 교회이름으로 학생들에게 작은 선물 또는 간식 정도는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이, 그리고 믿지 않는 교장선생님과 교사들이 강변교회에 대하여 더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학생들에게 간식을 제공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조심스럽게 이런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진솔하시고, 한결같으신 목사님, 소신과 분명한 비젼을 제시하시는 목사님을 바라보면서 저 또한 이 다음에 몇몇 후배들에게라도 그런 삶의 모습과 자세를 보여줄 수 있는 성도가 될 수 있을까를 늘 생각해 봅니다. 정말로 존경하는 목사님에게 언제나 주님의 은혜와 평강, 성령 충만함이 함께
하시기를 두손 모아 기도드립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목사님, 항상 주님의 은혜와 평강, 그리고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00. 5. 22.
사무실에서 황 규 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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