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가진 재물 없으나
나 남이 가진 지식 없으나
나 남에게 있는 건강 있지 않으나
나 남이 갖고 있지 않은 것 가졌으니
나 남이 보지 못한 것을 보았고
나 남이 듣지 못한 음성 들었으며
나 남이 받지 못한 사람 받았고
나 남이 모르는 것 깨달았네
공평하신 하나님이
나 남이 가진 것 나 없지만
나 남이 없는 것을 갖게 하셨네”(송명희 시인, <나>)
▲ 송명희 시인(가운데), 우측은 송 시인을 30년 동안 보필해 온 박경남 간사 ©김명혁 목사 |
한국 교회 안에서 가장 많이 불려지고 있는 찬양 중 하나인 “나 가진 재물 없으나”는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송명희 시인이 열아홉살 때 쓴 시 <나>를 노래로 만든 것이다.
지난해 12월 31일 주일, 서울 강남구 수서동 한 아파트에서 송명희 시인을 만났다.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원로, 한국복음주의협의회 명예회장, 합동신학교(합동신대학대학원대학교 교장 역임)를 초청해 주일예배를 드리는 자리였다.
송명희 시인은 1963년 서울 출생으로 의사의 실수로 뇌성마비 장애를 얻었다. 하지만 신앙으로 장애를 딛고 1985년 첫 저서를 출판한 이후 2002년까지 28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1995년 기독교 최우수 도서 저작상과 1992년 한국 복음성가 작사 대상을 수상했다. 또한 기독신문에 11년 동안 칼럼을 연재했다. 국내와 미국 등 간증집회를 다녔으나 1998년 무리한 활동으로 전신마비가 와서 모든 사역을 중단했다.
2005년 이후 소설 『표』, 『아사셀』을 출판했으며, 지난 2006년에는 『공평하신 하나님』을 출판했다.
송 시인은 그가 쓴 『공평하신 하나님』이라는 책에서 "1963년, 어느 초여름 나는 태어났다."며 "어머니의 양수가 터져 아홉 달만에 세상에 나온 나는 여물지 못한 계란처럼 힘없이 살다가 생후 일주일쯤 지난 하루 저녁 동안 숨이 멈추었다."고 했다.
이어 "자유롭지 못한 몸과 가난한 집안 살림에, 여러 가지 억누르는 환경들이 나를 날마다 서글프게 했지만, 그 속에서 17세의 방황과 셀레던 가슴으로 하나님을 만나서 사는 목표를 가졌다."고 했다.
또한 "초등학교 문턱조차 밟지 못한 나에게 하나님은 시를 불러 주셨다."며 "그리고 1985년 매스컴을 통해 나는 세상에 알려졌고, 저서 25권을 써 하늘의 시인으로 불리워졌다. 그러나 무리한 활동으로 목 디스크를 얻어 전신마비가 되었고, 온 몸의 통증으로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송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찬양곡은 “나 가진 재물 없으나”, “그 이름”을 비롯해 200 편이 넘는다.
송 시인이 작시한 찬양곡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많이 불리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의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 가끔씩 김명혁 목사가 송 시인의 집에 가서 주일예배 설교를 한 설교문이 뉴스파워에 올라왔다. 그리고 설교문과 함께 김 목사가 송 시인과 함께 찍은 사진이 같이 올라왔다.
김 목사는 이날도 성경 요한복음 14장 1~8절과 고린도후서 4장 7~10절을 본문으로 “‘질그릇 속에 담긴 보화’ 송명희 시인 집에서 주일예배를 드리며”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설교에 앞서 송명희 시인이 자신이 갖고 있는 아이패드로 “예수로 나의 구주 삼고”라는 찬송을 선곡했다.
김 목사는 “송 시인으로부터 ‘질그릇 속의 보화’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해주기를 바라는 부탁을 받았다.”며 설교를 시작했다.
김 목사는 “로마서 9장 21절에는 하나님을 토기를 빗는 토기장이로, 우리를 토기장이가 만든 그릇으로 비유하고 있고, 디모데후서 2장 20~21절에는 큰 집에는 금 그릇과 은 그릇 뿐 아니라 나무 그릇과 질그릇도 있어 귀중하게 쓰이는 그릇도 있고 천하게 쓰이는 그릇도 있다고 말씀하면서 귀중하게 쓰임을 받는 그릇이 되려면 깨끗해야할 것이라고 말씀했다.”고 했다.
이어 그릇 중에서도 질그릇의 특징을 설명했다.
김 목사는 이사야 64장 8절 “여호와여 주는 우리 아버지시니이다 우리는 진흙이요 주는 토기장이시니 우리는 다 주의 손으로 지으신 것이라”는 말씀을 인용하면서 “그 의미는 지음 받은 질그릇 자체는 아무 권한이 없다는 것을 가르친다.”고 했다.
또한 고린도후서 4장 7절~10절을 인용하면서 “질그릇은 별로 가치 없는 연약한 상태에 있는 인간을 말한다고 지적했다.”며 “그런데 성도가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을 믿고 사랑하고 영접할 때 마치 질그릇에 보배를 담은 것과 같아 보배로운 자가 된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명희 시인은 몸이 너무너무 불편한 삶을 평생토록 살아가고 있지만 아주 보배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너무너무 귀중한 보배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격려했다.
김 목사는 송명희 시인의 고백을 그대로 인용했다.
“아픈 것도 감사합니다. 아파서 돈에 대한 욕심이 더 없어져 주변을 더 돌아보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병이 길고 깊으면 살고 싶은 생각보다 죽음이 두렵지 않아 감사합니다. 삶에 애착이 없어서 비굴하지 않아 감사합니다. 마음이 세상에 없으니 세상보다 천국을 보고 땅에 연연하기보다 하늘 볼 수 있어 감사합니다. 하나님만 의지하고 있습니다. 나면서부터 의사들이 죽는다고 하는 말을 수십 번 들어 별로 생각 안 하고 있습니다. 내가 병원 믿고 살았으면 벌써 세상에 없었을 것입니다. 살면 기회고 죽으면 천국이라 감사합니다. 코로나 온 것 같은데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어 “송명희 시인은 아주 귀중하고 보배로운 고백을 했다.”고 격려하고 자신의 간증도 소개했다.
김 목사는 “부족한 저도 11살 때 사랑하는 부모님과 고향을 떠나 38선을 혼자서 뛰어 넘어 남쪽으로 와서 고아와 나그네로 살아오게 되었지만,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과 축복으로 감사와 고마움과 기쁨을 몸에 지니고 살아오게 되었다.”고 했다.
김 목사는 “결국 가난과 고난과 슬픔과 아픔을 지니고 살아가는 지구상에 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도움의 손길을 펴면서 살아오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너무 너무 고맙고 감사한 일”이라며 “사실 성경은 가난과 고난과 슬픔과 아픔의 귀중함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고 말했다.
예배가 마치자 장어덮밥이 배달되었다. 송명희 시인이 아이패드로 직접 음식을 주문했다고 했다.
전동 휠체어에 앉아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손가락도 힘들게 움직여 아이패드를 작동시켜 찬송곡을 선정하고, 음식을 주문하고, 글을 쓰고, 심지어 영상까지 만든다고 했다.
또한 시대의 흐름에 대해서도 정확하고 깊이 있게 파악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견해를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물론 송 시인의 말을 박경남 간사가 대신 전해주었으나,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송 시인은 “부산의 한 보수적인 목사님이 설교 중에 제가 죽었다고 하는 말을 유튜브를 통해서 봤다.”며 확인도 하지 않고 그렇게 말한 것을 황당해 했다.
아직도 송명희 시인이 아이패드로 시를 쓰고, 영상을 제작하며 문서선교사로 살아가고 있는데 죽었다고 말한 목회자는 송 시인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2024년 새해 한국 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전해 주고 싶은 메시지를 부탁했다.
송명희 시인은 “한국 교회가 돈밖에 없다.”며 “(하나님의)말씀이 있어야 한다. 예수님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 사회와 교회가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갈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거듭 “예수의 정신으로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정정치편향집단을 언급하면서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특히 “다시 일제 강점기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며 일본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정세에 대해 언급했다.
송 시인은 자신이 작시한 찬양곡 중 ‘예수 그 이름’을 제일 좋아한다며 함께 부르자고 했다. 자신의 아이패드에서 MR을 찾았다. 넷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함께 불렀다.
“예수 그 이름 나는 말할 수 없네
그 이름 속에 있는 비밀을
그 이름 속에 있는 사랑을
그 사랑을 말할 수 없어서
그 풍부함 표현 못해서
비밀이 되었네 그 이름
비밀이 되었네”(송명희 시인의 시 <그 이름>)
해맑은 얼굴로 찬양을 부르려고 애쓰는 송 시인의 모습을 보면서 감동이 밀려왔다. 한편으로부터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찬양을 부른 후 송 시인은 힘겹게 입을 뗐다.
“내가 해 주고 싶은 것이 있어요. ‘(예수) 그 이름’은 아무나 아는 게 아니에요. 특별한 은혜예요. 그것을 모르면 천국 못 가요.”라고 했다.
송 시인은 “나 가진 재물 없으나”라는 찬양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신을 자랑하는 것 같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 자랑하고 높이고 싶은 마음이 느껴졌다.
송 시인은 아이패드에서 자신이 직접 만든 영상으로 만든 시를 찾아서 들려주었다. 낭송은 성우 송도영과 배우 박상원이 맡았다. 눈이 쌓인 겨울 산 옆으로 열차가 달리는 모습이다.
다음은 송도영 성우가 낭송한 송명희 시인의 시 <빈들에 있습니다>.
“하나님, 지금 우리는 빈들에 있습니다.
아무도 없는 외롭고 쓸쓸한 빈들에서
누가 우리를 도울 수가 있겠습니까.
나뭇잎은 다 떨어지고
그렇게도 풍성했던 들녘은
과거의 그림자일 뿐입니다.
지난 과거의 추억이
우리를 더욱 힘들고 외롭게 만듭니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를 보지 말게 하소서
현실의 빈들에 일어날 수 있는
하나님의 크신 능력을 주옵소서
너희가 무엇을 보려고 광야에 나갔더냐
빈들에서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습니까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버텨나갈 수 없나이다
외롭고 힘든 우리에게 함께 하소서
길고도 추운 겨울을 힘겹게 지낼
외로운 사람들을 품에 안아주시고
감싸 주시옵소서
그래서 얼어붙은 그늘진 곳이 없게 하소서”
(송명희 시 <빈들에 있습니다>)
다음은 배우 박상원이 낭송한 시 <처음과 끝 >.
“천하에 범사가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나니
시작할 때가 있더니
끝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모든 것은 때가 있습니다
우리가 가만히 머물러 서 있어도
시계는 계속 돌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만히 있어도
주님께로 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고난도 끝날 때가 있고
우리의 즐거운 춤도 멈출 때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만날 때가 있으면
헤어질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나그네입니다
하나님은 영원하십니다
처음과 나중이신 주님만 있으면
무서울 게 뭐가 있겠습니까
주님 안에 있다는 믿음을
우리에게 주옵소서
그리고 모든 것이
시작하는 때와 끝나는 때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게 하셔서
모든 일에 신중하고 적극적이고
그러나 거기에 너무 빠져들지 말게 하소서
영존하신 하나님만을 바라보게 하옵소서“
(송명희 시인의 <처음과 끝>)
마침 눈이 많이 내린 날이어서 영상시가 더욱 가슴 깊이 다가왔다.
거실 벽에는 송 시인이 쓴 “내 몸이 되어라, 내 눈이 되어라, 네 입으로 말하라”는 내용의 2024년 4월 24일 쓴 <내 몸이 되어라>는 액자에 담긴 시가 눈에 들어왔다. 그 시를 소리 내어 읽어 보았다. 새해에는 그렇게 살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면서….
<내 몸이 되어라>
내 몸이 되어라
내 몸이 되어 살아라
너의 생각대로 살지 말고
항상 정직하게 내 몸이 되어 살아라
내 눈이 되어라
내 눈으로 세상을 보라
세상을 좇아 보기보다
내 심장 기준으로 세상을 보라
내 입으로 말하라
내 말을 세상이 듣게 하라
네 말을 비겁하지 않게 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