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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29) “약자의 편에 서며” 기연신(03.6.29)
사람에게는 강자보다는 약자의 편에 서려는 선한 본성이 있다. 기독교야말로 강자보다는 약자의 편에 서는 종교라고 하겠다. 사도 바울은 기독교의 역설성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 일이 있다. “하나님의 미련한 것이 사람보다 지혜 있고 하나님의 약한 것이 사람보다 강하니라”(고전1:25) “하나님께서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시며 세상의 천한 것들을 택하사 있는 것들을 폐하려 하시나니”(27,28). 하나님은 스스로 약해지신 분이시고 그리고 약한 자들을 택하시고 사용하시는 분이라는 것이다.
첫째 나는 작년 월드컵 경기 때 터키 팀을 응원했다. 물론 그것이 비애국적인 자세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나도 모르게 약자 편에 서고 싶었다. 우리는 4강으로 족하다고 생각했고 멸시와 무시를 당하고 있는 터키의 사기를 북돋아주고 싶었다. 그리고 터키와의 우호관계를 증진하고 싶었고 그것을 계기로 모슬렘 권 선교의 문이 열리기를 바라고 싶었다. 미국과의 경기에서는 비기기를 원했다. 지나친 반미 감정이나 지나친 숭미감정이 모두 바람직하지 않고 동반자적 관계 유지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독일과 브라질 경기에서는 브라질 팀을 응원했다. 약자 편에 서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둘째 나는 멸시와 재난을 당한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격려하고 싶다. 아마 아프가니스탄은 지금 전쟁의 피해로 가장 극심한 고통을 당하는 나라일 것이다. 본래 극심한 가난의 고통을 당하고 있었는데 테러지원국이라는 이유로 (사실 소련의 남하정책에 대항하기 위한 테러단 탈레반을 만든 것은 미국이라고 하지만) 미국의 무자비한 폭격을 당하므로 그 피해는 보다 극심해졌다. 나는 말로는 성 프랜시스나 한경직 목사님의 가난과 고난과 사랑과 봉사의 삶을 흠모하고 설교하면서도 실제로는 그런 삶을 실천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분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흉내내고 싶어서 다음 달 아프가니스탄을 10일간 방문하려고 한다. 너무나 다행한 것은 박종화 목사와 함께 사랑의 선물 보따리를 준비해 가지고 함께 가게 된 일이다. 분열과 갈등이 극심한 한국교회 안에서 교파와 배경이 다른 두 사람이 함께 동행할 수 있게 된 것이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셋째 나는 사도 바울처럼 가난과 고난과 약함을 기뻐하고 싶다. 우리는 지금 부한 것을 너무 좋아하고 강한 것을 너무 좋아하게 되었다. 모두 부하고 강한 왕국을 이루고 싶어한다. 그런데 복음 자체가 되시는 예수님과 복음을 우리들에게 가장 분명하게 전해준 사도 바울은 가난과 고난과 약함을 좋아하고 기뻐하며 그것을 몸에 지니고 살았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너희가 알거니와 부요하신 자로서 너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심은 그의 가난함을 인하여 너희로 부요케 하심이라”(고후8:9). “우리가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케 하고 아무 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로다”(고후6:10).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핍박과 곤난을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할 그 때에 곧 강함이니라”(고후12:10). 바울의 발자취를 따른 성 프랜시스는 주님과 우주와 모든 것을 사랑했는데 가난과 약함과 고통과 죽음까지도 사랑했다. 그는 가난을 애처라고 약함과 비애와 고통과 죽음을 자매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는 약한 자들과 병든 자들을 찾아가서 그들 편에 서서 그들에게 모든 사랑을 쏟으면서 살았다. 나도 약함을 기뻐하며 약한 자들 편에 서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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