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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24)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 국민일보(03.5.20)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믿음과 신뢰와 존경과 사랑으로 엮어져 있는 끈끈한 관계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가 믿음과 사랑의 대화가 될 때 두 사람의 삶은 값지고 아름다운 삶이 된다.
첫째 아버지 아브라함과 아들 이삭은 믿음과 사랑의 대화를 나누었다. 창세기 22장에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가 기록되어있다. 그 대화의 내용은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을 까?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까? 세상에서 성공할 수 있을 까? 가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하나님께 바른 제사를 드릴 수 있을 까 였다. “아버지, 하나님께 번제로 드릴 어린 양은 어디 있습니까?” 이삭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어디로 가든지 항상 하나님께 정성을 다해서 제사를 드리는 것을 보아왔고 잘 알고 있었다. “아들아 번제할 어린 양은 하나님이 친히 준비하실 것이다.” 아들은 아버지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는 믿음과 신뢰와 존경과 사랑이 진하게 흐르고 있었다. 두 사람의 마음은 하나님께 바른 제사를 드리기 위해서 라면 어떠한 희생이나 죽음도 기쁘게 받아드리려는 각오로 충만했다. 결국 이와 같은 믿음과 사랑의 대화는 두 사람의 삶을 가장 값지고 아름답게 만들었다. 아브라함은 믿음의 조상이 되었고 이삭은 예수 그리스도의 예표가 되었다.
둘째 아버지 손종일 장로와 아들 손양원 목사도 믿음과 사랑의 대화를 나누었다. 아들 손양원은 믿음의 유산을 아버지 손종일 장로부터 물려 받았다. 손양원은 11살 때 칠원 보통학교에 입학했는데 어느날 동방요배 거부로 교장으로부터 뺨을 맞고 코피를 흘리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이렇게 기도하며 아들을 격려했다. "주님, 이 부족한 것의 미천한 아들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쇠는 두드릴수록 강해진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더 큰 일에 사용하시기 위해 제 아들을 더 큰 망치로 두드려 주십시오." 아들은 아버지의 기도를 들으면서 하나님을 바로 섬기기 위해서 라면 그까짓 학교 안 다녀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어떠한 희생이나 죽음도 기쁘게 받아드리려는 각오로 충만했다. 결국 이와 같은 믿음과 사랑의 대화는 두 사람의 삶을 가장 값지고 아름답게 만들었다. 손종일 장로는 세 아들과 네 손자를 모두 하나님께 제물로 드리는 한국의 아벨이 되었고 손양원 목사는 나병 환자들과 원수들을 용서하고 사랑한 한국의 프랜시스가 되었다.
셋째 아버지 김관주 목사와 아들 김명혁 목사도 믿음과 사랑의 대화를 나누었다. 내가 아버지와 마지막 대화를 나눈 것은 11살 되던 해인 1948년 7월 어느날 평양 시외 사동탄광 감옥 안에서였다. 아버지에게 서울로 가고 싶다는 말을 했다. 아버지는 나에게 가도 좋다는 말씀을 했다. 간단한 말 한 마디였지만 그 말 속에는 많은 것이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너를 떠나 보내는 것이 너무 아쉽지만, 너만이라도 신앙의 자유를 누리고 하나님을 섬기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아브라함의 하나님이 너와 함께 하실 것이다. 나는 이곳에서 순교의 제물이 될지도 모르지만 너는 내가 다하지 못한 하나님의 일을 마음껏 하여라. 아들아 잘 가거라.” 그것이 마지막 만남과 마지막 대화였다. 이와 같은 대화는 두 사람의 삶을 값지고 아름답게 만들었다. 나의 아버지는 순교자의 반열에 들어가시게 되었고 나는 부족하지만 한국교회와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일 할 수 있는 지극히 작은 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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