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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16) “십자가의 기치를 높이 들고” 국민일보(03.3.25)
김명혁 목사 (강변교회 담임)
사람은 대개 자기 이름이나 가문 또는 나라의 기치를 들고 자기와 나라의 이익을 추구하며 자기와 나라의 명예를 선양하면서 살아 간다. 그것이 타당하고 좋을 수도 있으나 그것이 지나치면 당파 싸움이나 침략전쟁이 될 수도 있고 세계를 지배하려는 패권주의와 제국주의로 발전할 수도 있다. 신앙을 빙자하여 (소위 정의의 깃발을 들고) 악을 징벌한다는 구실로 다른 민족과 나라를 무력으로 침공하는 일도 일어난다. 이와 같은 민족주의 내지 제국주의적 침공과 정복은 기독교의 가르침에 위배된다. “민족주의는 기독교적이 아니다.” “자기 민족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속성을 지닌 국수주의적 민족주의를 배격해야 한다.” 가치관이 혼돈된 무질서한 종말의 때를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첫째, 방어적인 항거는 불가피하다. 약한 개인이나 나라가 부당한 억압과 착취를 당할 때 그 억압 세력에 항거하여 싸우는 것은 불가피하다. 3.1 운동의 항거가 그런 항거였다. 그런 경우 무저항적이면 좋다. 또한 약소국이 부당한 침공을 받을 때 ‘방어적인’ 전쟁을 수행할 수는 있다. 6.25 전쟁 때 우방 국가들이 UN의 결의에 의해 그런 전쟁을 수행했다. 이런 경우 전쟁의 동기와 방법과 목적이 옳아야 한다. 즉 동기가 방어적이고 보호적이어야 하고 방법이 보복적이지 말아야 하며 목적이 불의를 제거하고 정의와 평화를 선양해야 한다. 이와 같은 ‘정당한’ 전쟁도 불가피한 마지막 수단으로, 정당한 권위와 결의에 의해, 수행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모든 사람들과 나라들에게 가해 질 수 있는 파괴를 방어하기 위해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핵 또는 생화학무기를 개발하거나 보유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해야 한다. 단 합법적이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둘째, 십자가의 기치를 높이 들어야 한다. 그리스도인들과 교회 지도자들의 삶은 달라야 한다. 자기 이름이나 나라의 기치를 높이 드는 대신 십자가의 기치를 높이 들어야 할 것이다. 십자가의 기치는 ‘십자군적’ 정복의 기치를 드는 것이 아니다. 모든 원수들을 품는 용서의 기치와 모든 이방인들을 돕는 ‘적십자적’ 사랑의 기치를 드는 것을 말한다. 증오와 원한과 보복으로 가득한 상처 입은 오늘의 세계를 치유할 수 있는 길은 오직 용서와 사랑의 십자가 기치를 높이 들고 십자가 정신을 구현하는 길이다. 악한 종족이라고 낙인 찍혀 피해를 입고 죽어가는 ‘악한’ 사람들을 찾아가는 일이다. 프랜시스처럼, 손양원 목사처럼!
셋째 하나님 나라를 선양하며 살아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의 삶은 또한 자기 나라의 국익이나 명예를 선양하는 대신 하나님 나라의 국익과 명예를 선양하는 것이어야 한다. 하나님 나라는 미국적인 나라도 한국적인 나라도 아니다. 하나님 나라의 특징은 화해와 화목과 화평을 이루는 나라이다.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한 ‘의’와 이웃과의 관계를 회복한 ‘평화’와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회복한 ‘기쁨’을 누리며 사는 나라를 말한다(롬14:7). 우리는 인종, 성별, 계급, 빈부, 문명, 종교 등의 갈등으로 갈라지고 찢어지고 소외된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과 이웃과 자기 자신과 화해와 화목과 화평을 이루며 살 수 있는 하나님 나라를 이루도록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 한 것이다. 스토트 박사가 지적한대로 이것이 이 세상에서는 불가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것을 추구하면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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