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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7) “화해하고 화목하며” 국민일보(03.1.21)
김명혁 목사 (강변교회 담임)
성경에 나타난 가장 아름다운 말들 중의 하나는 ‘화해’ ‘화목’ ‘화평’(reconciliation, peace) 이다. “마른 떡 한 조각만 있고도 화목하는 것이 육선이 집에 가득하고 다투는 것보다 나으니라”(잠17:1). 인간의 역사는 에덴 동산에서부터 ‘불화’와 ‘대결’과 ‘전쟁’의 역사이고 복음의 역사는 십자가로부터 ‘화해’와 ‘화목’과 ‘화평’의 역사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여야 좌우, 동서 남북, 반미 친미 등 불화와 대결이 극심해지고 있다. 이와 같은 불화와 대결이 교계와 교회 안에도 나타나고 있다. 말로는 ‘평화’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대결’을 조장하기도 한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화해를 이루며 사는 삶이다.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의 사역의 특성을 ‘화해’ ‘화목’ ‘화평’이라고 묘사했고(고후5:18,엡2:14), 그리스도인의 삶의 특성을 ‘화해’ ‘화목’ ‘화평’을 이루는 삶이라고 지적했다. “우리에게 화목하게 하는 직책을 주셨으니”(고후5:18,살전5:13). 바울은 유대주의의 한계를 넘어서서 이방인과 화목하는 이방인 선교사역을 한 평생 수행하며 살았다. 성 프랜시스와 손양원 목사와 한경직 목사의 삶이 바로 화해와 화목을 이루는 삶이었다. 어떻게 화해와 화목을 이루는 삶을 살 수 있는가?
첫째 자기를 버리고 죽이는 십자가의 정신으로만 가능하다. 그러나 이 말은 거의 불가능한 말이다. 누가 자기를 버리고 죽이면서 화해와 화목의 일을 이루려고 할 것인가? 누가 자기의 자리, 자기의 권리, 자기의 소유, 자기의 평안을 버리면서까지 한국교회의 화해와 화목, 한국사회와 남북의 화해와 화목의 일을 이루려고 할 것인가? 단지 그것이 화해와 화목을 이룬 십자가의 정신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뿐이다. 주님은 하늘 영광과 자기의 생명을 버리셨고 사도 바울은 자기의 재물과 자기 자신을 버렸으며 프랜시스는 친구들과 부귀는 물론 학문과 자신의 몸까지도 버렸다. 혹시 하나님께서 강제로 우리들이 가진 것들을 모조리 빼앗아가신다면 할 수 없이 우리도 우리 자신을 버리게 될지는 모른다.
둘째 상대방을 그대로 받아드리는 십자가의 정신으로만 가능하다. 이 말도 거의 불가능한 말이다. 누가 개 같은 사마리아인들과 돼지 같은 아랍인들을 그대로 받아드리면서 화해와 화목의 일을 이루려고 할 것인가? 누가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종교 문화적 전통이 다른 공산권 또는 모슬렘권 사람들을 그대로 받아드리면서 화해와 화목의 일을 이루려고 할 것인가? 단지 그것이 화해와 화목을 이룬 십자가의 정신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뿐이다. 주님은 모든 사람들을 그대로 받아드렸고 바울과 프랜시스 역시 그러했다. 상대방의 잘못을 끝까지 물고 늘어서면 화해와 화목은 결코 이룰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죽은 개 같은 비천한 존재라는 동질 의식을 가질 때 비로서 서로를 그대로 받아드릴 수 있게 될지는 모른다.
셋째 서로 만나는 십자가의 정신으로만 가능하다. 우리는 만나기도 싫어한다. 그러나 십자가는 하늘과 땅이 만나고 동과 서가 만나는 만남의 장소이다. 십자가 아래서 강도가 만났고 로마의 백부장이 만났고 증오의 칼을 품었던 유다 벤허가 만났다. 사람은 만날 때 서로를 이해하고 품고 화해하고 화목하게 된다. 일본 사람을 자주 만나면 일본 사람을 이해하고 품게 되고 북한 사람을 자주 만나면 북한 사람을 이해하고 품게 되며 모슬렘 사람들을 자주 만나면 모슬렘 사람들을 이해하고 품게 된다. 화해는 만남에서 시작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만남이다. 여야, 보혁, 남북이 서로 만나야 한다. 이 나라와 아시아와 세계에 화해와 화목을 이루며 사는 화해와 화목의 도구와 제물들이 되기를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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